팔만대장경이 뭐야?
간혹, 아이의 질문에 얼마나 무미 건조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목판 인쇄본? 고려의 문화 유적? 불가사의한 보관소?
설명해 줄 요량으로 짧은 시간의 생각이 몽고 항쟁에 닿는 순간, 이게 뭐야 하는 뜨끔함.
오죽 힘들었으면 이걸 파고 있었겠냐...
드라큐라 공포에도 닿아있다는, 서양인들이 갖고 있는 최강 수준의 트라우마 중 하나라는 몽고인들의 무지막지함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스친다.
지나가는 마을은 싸그리 불태우고, 10세 이상 남자는 모두 죽이고, 여자와 아이는 노예로 삼고...
혹시나 찾은 고려사절요의 여러 곳에서 사용한 이 모든 일들에 대한 명료한 표현.
한 사람도 벗어 난 자가 없었다. 그 성은 도륙(舛戮)당하였다.
짧고 명료한 단어와 글들 사이에 구겨져 있는 아우성에 마음이 아리다.
그냥 주말에 해인사든, 팔만대장경을 실제로 조판했다는 가까운 강화도든 가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살펴보다가 더 가슴 아파진 건...
그렇게 애절하게 목판을 세긴, 장경도감이란 곳이 강화도 어디인지 아무도 모르고...
강화도로 천도하며 축조했다는 고려 왕궁이 어디인지도 아무도 모르고...
가족과 자신의 생활을 위해 죽을 만큼 싸워 이긴 몇 안되는 곳에 대한 그럴듯한 유적도 거의 없고...
심지어 많은 이야기를 품은 강화도 마져도 꽃게집과 횟집 정보만(아니면 조선말 유적으로만) 있다는 야속함.
그나저나...
뜬굼없이 무려 800여년 이전 이야기에 교감하는 건...
한참 재미 들린 Why 책들을 보며 낄낄대는 작은 녀석의 질문에 뭔가 재미나고 행복한 답변을 하지 못하는 아빠로써의 아이 사랑 때문?
아니면, 800여년 전 고만 고만한 아이들을 어떻게든 살려보고 싶어했을 아빠들에 대한 동료 의식때문 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목판에 글자를 세긴 사람은 그들의 아내와 아이들과 할아버지, 할머니였을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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