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0일 토요일

냄비

한국엔 눈이온대.

요즘에 정말이지 독하게 기침을 한다. 
그래서인지 출장 전에는 브루나이의 따뜻한 날씨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게다가 한국에 눈이 내렸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니 왠지 뿌듯하기까지 한걸...

더욱이, 이번 출장일정엔 도착하자마자 한국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무지개까지.  이건 길조야!


무지개
하지만,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난리다.
횡설수설은 좋은데... 엑셀파일에 숫자만 넣고 돌리면 되는걸 자꾸 해달란다.

이럴 줄 알았어.   
이런 생각은 어쩌면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라는 경고일지 모르겠다 .
하지만 경고가 어찌되었던, 그다지 어렵지 않은 요청이라도 조금씩 다르게 계속 쌓이는 요청에 버티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이제는 전제조건마저 횡설수설. 
하지만 '이럴 줄 알았어'를 수천번 되세기며 웃으며 대답하고 있다.
"feel free to ask me at any time~"
몇안되는 나의 경쟁력인 책임감을 이렇게 불태우고 있다. ㅠ.ㅠ


그래서인지, 한국에 눈이 왔다는 소식에 왠지 더욱 뿌듯해진다.
그래, 그래도 추운 한국에 있는 것 보다는 나을꺼야.
그리고는 이런 핑게를 위안삼아 브루나이 생활에서의 만족을 찾아본다  

그러다가 퍼득 머리를 스치는 생각.
난 정말 냄비인가봐. 
아주 얇아....  덥혀주면 바로 끓고, 바로 식어...  

그냥 그러려니 할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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