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20일 월요일

얼른 봄이 와야하는 이유

1.
머~엉...

택지 개발보다 일찍 조성된 빈 공원에서,
덩치있는 백구가 울고 있었다.

혹시라도 예민해진 신경에 해꼬지가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멈짓했는데,
다가가서 뭔가 열심히 물어보고 온 그녀는 그렇게 단정했다.
'나쁜사람들, 버릴려고 목걸이도 풀러서 갔나봐'


2.
일주일 후,
운동삼아 찾은 공원이 애완견들의 짖음에 시끌벅적.
호기심에 돌아본 그곳엔,
자그마한 강아지들이 짖어대는 그곳엔
그때의 백구가 앉아서 정면만 응시하고 있다.

이번엔 용기내어(사실 전동휠을 타고 있어 생긴 용기겠지만)
강아지들과 함께 백구 주변을 돌며 몇마디 건네보니,
관심없다는 듯 시크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린다.

그 시크한 표정이 왠지 맘에 걸렸는데...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공사장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모습이 더 맘에 걸렸다.


3.
그리고 일주일 후,
주말마다 운동으로 찾던 공원을, 빵 몇개를 챙겨 새로운 기대로 찾았다.
하지만, 백구는 못찾았다.


4.
그리고 다시 일주일 후,
공원에서 볼 수 없는 백구는
아마도 그 큰 몸집이 두려운 누군가가 신고를 해서 잡혀갔을꺼라 했다.
그러는 편이 좋을꺼라는 생각도 들었다.
   
  
5.
눈은 아직 안녹았지만 봄내음이 담긴 바람이 좋은 주말.
오랜만에 온 공원에서 힘찬 짖음이 들린다.
어디일까 살펴보니, 작은 연못 건너편에서 눈을 파 먹으며 잔뜩 경계한 눈초리로 쳐다본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오지말라며 멋진 소리로 짖어댄다.
'얼른가서 먹을꺼 사서 주자'는 그녀의 제언에 동의하며 부리나케 사온 돈까스의 온기가 식기전에 주려고 했건만.
다가가니 멀찍이 다른곳으로 가다 서다 하며 쳐다본다.

'그래 그냥 여기 두고갈테니 먹어'라고 크게 이야기하고, 몸짓으로 표현하면서, 
나지막한 바위에 올려놓고.
이 고소한 냄세를 그냥 냅두지 않을꺼야 라는 기대와, 
시크한 백구가 쓰레기를 뒤질망정, 모르는 사람이 준 음식은 안먹을 수 있다는 걱정을 함께 올려놓고 왔다.

얼른 봄이 왔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왔다.


김포 운양동 공원

주변의 에코공원이란 그 넒은 공원 길 건너편에, 다시 연못을 품은 이 큰 공원에서는 드론을 날리기에 딱이다...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애완견 산책에도 참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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